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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옛집과 풍경, 지역가치를 말하다

기사승인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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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동사진관 ‘장항제련소 사택’ 전시

   
▲ 새마을 사택

  도시 풍경을 통째로 바꿀 듯한 도시재생사업의 거친 기세가 전국에 몰아친다. 
  전국이 도시재생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지역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군산대학교 지역재생연구센터의 ‘장항제련소 사택’ 전시는 이런 거친 기세를 진정시키는 자리다.
  전시의 중심지인 장항은 매립과 축항 후 1930년대 산업시설 장항제련소, 장항선 철길, 장항항 물길의 세 축 도시기반시설을 갖추며 급성장한 한국 근대산업도시의 전형이다. 
  장항제련소는 일제강점기 1936년 가동을 시작해 1989년 제련공정 폐쇄에 이르기까지 굴뚝의 높이를 키웠고, 근로자들을 위한 배후지원시설인 사택단지를 넓히며 이 작은 도시를 이끌었다. 사택은 그 당시 관청, 철도, 학교 등의 주택은 정부가 건립한 관사와 구분해 은행, 산업시설과 같이 민간에서 건립한 주거시설을 뜻한다.
  장항제련소 사택은 장암리와 화천리에 단지를 형성하며 근로자들의 군집된 삶을 지원했다. 초기 주거단지로서 건축·도시적 의미를 지닌 장항제련소 사택은 신축과 철거, 증축을 거듭하며, 350여 세대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했다. 일제강점기인 초기 사택은 식민지 지배를 강화하는 일식 주거공간으로 엄격한 직급체계가 고스란히 사택의 규모와 단지 배치에 반영됐다. 
  해방 후 산업 발전과 함께 병원, 운동장, 목욕탕 및 매점 등을 갖춘 복합 단지로 자리 잡았고, 지역 기후와 주거문화를 받아들여 온돌방이 사택 내부에 들어왔다. 기간산업시설에 근무하는 아버지의 자부심이자 가족들의 행복을 보장하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럭키금성그룹이 제련소를 운영하던 1980년대 전후에는 사택이 기업이 직접 건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택지 개발에 기대 조합을 구성해 국민주택을 분양받는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불란서주택으로 불리는 대규모 국민주택군이 장항 장마로와 신창동로 일대에 110여채가 남아있다. 
  1990년대 사택은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주거 유형인 아파트로 전환되었고, 마침내 2010년 민간 개발업자에게 매도되는 수순을 밟으며 2014년 전면 철거에 이른다. 사택단지 한 켠에 남아있는 새마을주택 2동만이 잡초더미 속에서 안간힘 쓰며 버티고 있다.
  “‘장항제련소 사택’ 전시는 장항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빈 땅을 마주했던 2018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한 시절 사택에서 군집해서 살았던 근로자와 가족들, 제련소와 장항의 화양연화를 되새겨보는 일이. 장항제련소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찾아 시절 이야기를 듣고, 기업사사와 지역사를 찾고, 국가기록원 자료와 옛 도면을 열람하고, 항공사진을 통해 변천의 과정을 살피고 남아있는 흔적을 실측하고 기록했다. 기록의 결과물이 제법 두터워지고 그 표현 형태가 도면과 모형, 다큐영상물로 다양해지며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전시를 염두에 두었다.”(군산대 박성신 지역재생센터 교수)
  박 교수는 지난 조사 과정에서 ‘사라진 옛집과 풍경을 쫓는, 쓸데없는 일을 왜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속없는 짓이 훗날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김지연 사진작가(서학동 사진관 대표)의 빛바랜 풍경사진을,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일은 아직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과 꼭 닮아 있다’는 박준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버텼다고 한다. 
  도시 재생은 지역 가치에 눈 뜨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지역 가치는 지역재생의 필요충분조건이자 원점이다.
  ‘장항제련소 사택’ 전시는 지역 가치를 담아내려는 연구자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기획전 ‘장항제련소 사택’ 전은 5일부터 9월 5일까지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다. 매주 일, 월, 화는 휴관.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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