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왕도 익산’ 국제교류와 탁월성을 인정받다.

자랑스럽고 품격있는 역사문화의 도시 익산이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섰다.

2015년 7월 8일 독일 본(Boon)에서 개최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서 천년고도 익산이 대한민국 12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탄생되는 역사적인 낭보가 전해졌다.

금마 미륵사지와 백제왕궁(왕궁리유적)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재가 산재한 고도 익산시와 공주·부여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당당히 등재되었던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1,500년 백제왕도 익산은 세계유산의 위상에 걸맞는 위용과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익산은 백제 제30대 무왕(600~641)의 탄생과 성장, 왕위에 오르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찬란한 왕도 +‘문화와 스토리를 고스란히 간직한 1,400년 고도(古都)라 할 수 있다.

백제유적지구는 세계유산 등재기준 10개 항목 가운데 2가지 항목이 충족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우선 해당 유적과 건축물은 한국, 중국, 일본에 존재하였던 고대 동아시아 왕국들 사이에 진행된 건축기술의 발전과 불교의 확산을 가져온 교류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수도의 입지선정을 통해 백제의 역사, 불교사찰을 통해 백제의 내세관과 종교, 성곽과 건축물의 하부구조를 통해 백제의 독특한 건축기술, 고분과 석탑이 백제의 찬란했던 예술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화려한 숨결을 간직한 백제문화와 역사를 아름답게 보여주는 특출한 증거로 국제성과 탁월성을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

▲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륵사지’

익산 금마면 미륵산 자락에 위치한 미륵사지는 석탑중 가장 오래된 동양 최대의 사찰로 목탑에서 석탑으로의 변천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며 당시의 위용을 짐작케 하고 있다.

7세기 백제 무왕 시절 창건된 익산 미륵사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사찰로써 왕실의 안녕과 중생의 불도를 기원하며 건립된 사찰이다.

삼국유사 무왕조에 ‘어느 날 왕과 왕비가 사자사로 가는 도중에 용화산 밑 큰 연못에서 미륵삼존이 출연했다. 이에 왕비가 이곳에 절을 짓기를 청하자 왕이 지명법사에 명하여 하룻밤 사이에 못을 메우고 세 곳에 금당과 탑, 회랑 등을 세웠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 1980~1994년까지 발굴조사 결과 탑과 금당이 각각의 회랑으로 둘러싸여 동원, 중원, 서원의 3월으로 구성된 3탑3금당의 독특한 가람배치가 삼국유사 기록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폐사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16세기 후반에 폐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륵사를 방문하면 미륵산과 사자암, 미륵사가 하나의 개념으로 연결된 것을 느낄 수 있으며 미륵사 창건은 당대 백제인의 모든 역량이 투입된 것으로 백제인의 상상력을 실현할 무대였던 것이다.

▲ 백제의 마지막 염원을 담은 ‘미륵사지’

무왕이 즉위하기 전 백제는 혜왕과 법왕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왕위에서 물러나 왕실과 귀족세력들의 암투가 있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세에서 왕위에 오른 무왕은 왕권을 강화하고 익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미륵사와 왕궁 등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익산출생의 무왕은 익산 땅에서 백제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던 것이다.

특히 미륵사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이 극락에서 내려와 세 번의 설법을 통해 모든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불교 경전의 내용에 따라 가람 배치를 구현했다. 이는 무왕이 미륵사를 세움으로써 왕권을 강화하고 백성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변 국가들에게도 백제의 위용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현재 비록 2기의 석탑만 남아있으나 그 당시 미륵사의 위용과 규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석탑, ‘미륵사지 석탑’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는 세 개의 탑 중 서쪽에 위치한 석탑으로써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석탑이다. 우리나라는 석탑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석탑들이 건립되었다. 특히 미륵사지 석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화되어 가는 양식을 대표하는 탑으로 역사적, 학술적으로 매우 가치가 크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은 반파된 상태로 6층 일부까지만 남아 있었고 일제강점기인 1915년 무너진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운 상태였다.

1998년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다음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체보수가 결정됐으며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 주도로 해체조사와 보수정비가 추진된 지 20년만인 지난해 기존의 6층 모습으로 정비를 마무리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1년부터 석탑의 본격적인 해체조사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학술조사연구와 구조보강, 보존처리 등을 실시해 2017년 말 6층까지 석탑의 조립을 완료했다. 완공된 석탑은 높이 14.5m, 너비 12.5m, 사용된 부재는 총 1,627개로 무게가 약 1,830톤에 이른다.

미륵사지 석탑은 최장기간 동안 체계적인 연구와 수리로 석조문화재 수리의 선도적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추정에 의한 복원이 아닌 원래의 부재를 81%까지 최대한 재사용하여 석탑의 진정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 대발견 사리장엄

2009년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됐다. 사리장엄구는 금제사리보영기, 사리호, 은제관식, 청동합, 금제구슬, 유리구슬, 유리판, 소형 금판 등 다양한 종류의 공양품이 일괄적으로 출토되었으며 총 9,900여점에 이른다.

금제사리봉영기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인 백제왕후가 재물을 희사하여 가람을 창건하고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의 발원문으로 기해년(639년) 1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했다는 절대연대가 확인되어 석탑의 발원자와 조성시기가 명확하게 밝혀지게 되었다.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당시 백제의 역사와 문화적 위상, 사리장엄 봉안의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최대의 고고학적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또 사리봉영기 명문을 통해 역사 미술사, 불교사 등의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 박물관을 품은 미륵사지

익산시민의 가장 큰 숙원인 국립익산박물관이 국내에서는 13번째로 미륵사지 내에 건립되어 지난 1월 개관했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4년 만이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보이지 않는 박물관((hidden museum)’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박물관은 미륵사지와 석탑의 모습을 가리지 않는 것이 설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특히 세계유산의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고 미륵사지의 문화경관을 보전하면서 관람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최초의 지하 박물관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명품 박물관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에는 국보 및 보물 11점을 비롯 모두 3000여점이 전시되어 백제왕도 익산의 위용을 드높이는데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익산백제실, 미륵사지실, 역사문화실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됐고, 쌍릉 대왕릉의 나무관 등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도 다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시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미륵사의 미래

미륵사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5주년을 맞았다. 그간 미륵사지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익산은 세계적인 고대도시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세계유산 등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더 커다란 목표를 향해 준비하고 노력할 때 진정 세계인이 찾는 국제적 고대도시가 될 수 있다.

세계유산과 백제왕도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복원?정비를 통해 더 많은 유적들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유적의 보존관리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 화석화된 세계유산에서 벗어나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익산의 경쟁력인 교통, 관광 인프라를 조화롭게 융합한다면 대한민국 대표 체류형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500년 전 백제 무왕이 천도하여 왕도를 건설하고 동아시아 절정의 문화를 간직한 왕도유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익산은 이제 진정한 백제 왕도로 거듭날 일만 남았다.

익산시는 역사적 정체성과 위상을 더욱 발전시키고 후손들에게 최고의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도록 기반 조성에 적극 나서 세계무대로 웅비하고자 날개를 활짝펴고 힘차게 날아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익산=김종순기자.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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