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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한우 육성에 청춘을 바치다

기사승인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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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 농업회사법인 보비텍 공준호 대표>한우수정란 이식사업 일본서 난자 채취기술 배워 육우 자궁 빌려 착상 방식

   
 

소는 인류의 오랜 벗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한우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농업이 주였던 전통사회에서부터 한우는 우리 민족에게 든든한 일꾼이자, 몸의 기운을 돋우는 단백질원이 되주기도 했다.

'우골탑', 소를 팔아 자식을 입신양명 시켰던 어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소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우치게 해준다.
이런 가운데 좀 더 우량하고 건강한 한우를 육성하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는 청년 농업인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익산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서야 맞딱뜨린 넓은 평야. 그 안에서도 에메랄드 빛을 뿜어내는 초록 지붕 축사가 소 울음을 품고 눈 앞에 나타났다.
실험복을 입고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농업회사법인 보비텍 공준호(36) 대표는 아버지 공유식(69)씨의 뒤를 이어 한우 수정란 이식사업을 하고 있는 농업후계자다.

처음부터 수정란 이식사업을 했던 건 아니다.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어서 익산대 동물 자원학과에 입학, 이론적인 지식을 익힌 후 한우 생축 운반업 3년, 도축 유통업 4년까지 총 7년의 시간을 통해 한우 유통과정을 습득했다.
아버지와 함께 한우 사양관리와 번식관리에 대해 공부하며 현장실무를 통해 축산업 분야에 정착하게 됐다. 본격적인 낙농을 위해 기초를 다져갔지만 10년 전만 해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결국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낙심하던 차에 전북에서 최초로 한우 수정란 이식사업을 했던 아버지의 조언을 받고 수정란 이식사업에 눈을 돌렸다. 낯설고, 전문지식이 필요했지만, 상당한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
막상 시작을 하고보니 전북의 수정란 이식사업 인식이 턱없이 낮다는 걸 알게됐다. "올해 정부에서 배정한 이식사업 예산만 200억 원이 넘는데 전북이 차지한 비중은 미비한 수준입니다. 수정사업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데 전북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라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죠."
첫 시작은 외부에서 공수한 수정란을 사용했다. 하지만 수요를 맞추기엔 태부족인 상황을 마주하면서 자체 생산을 위한 방법을 고심했다.
"자체 생산을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녔습니다. 결국 국내가 아닌 일본 회사에서 처음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무작정 시작하게 됐습니다."
추운 북해도에서 언어의 장벽을 몸으로 부딪혀가며 난자 채취기술을 배워 온 공 대표는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인 이식기술을 배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이식기술은 커녕 수정란 한 알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수요가 적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관련 권위자가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은 채 찾아간 공 대표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계획과 의지를 피력했다. 그만큼 간절했다.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전국 방방곡곡 안다녀 본 곳이 없습니다. 겨우 찾아간 박용수 교수님도 처음엔 기술 이전을 거절하셨죠. 그간 전력을 봤을때 진짜 개량 한우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한우 수정란 이식 기술은 사람의 인공수정 기술과 매우 흡사해 몇년간 고생해서 한우 수정란 이식을 가르치면 결국 돈이 되는 산부인과로 인력이 유출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기술 이전을 꺼리는 분위기가 정착된 상황이었다.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공 대표는 절실하게 박 교수를 설득했다.
특히, 단순히 이식기술을 전수받아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체 농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체 수정란 생산을 통해 질 높은 개량한우를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뜻을 전하자 본격적인 길이 열렸다.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생산에 들어간 공 대표는 같은 연구를 하고 있는 아내와 함께 수정란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실질적인 종축 개량을 위한 연구개발이다 보니 생산량도 대학원생들 보다 많은 200~400개의 수정란을 생산해내기에 이르렀다.
공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역시나 수정란의 생산성 유지기간 확보다. 수입 수정란은 비행기를 타고도 12시간 까지는 컨디션을 유지해 수정과 착상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국내에서 생산된 수정란은 아직 5시간을 채 넘지기 못하는 상황이다.
5시간도 가장 최적의 컨디션으로 운반됐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실제 국내산 수정란을 안정적으로 배양하기 위해선 운송시간의 단축이 급선무였다. 그간 국내에서 조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던 수정란의 수량을 확대하는 한편, 이동시에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우끼리의 자연스러운 수태가 아닌 인간의 도움이 개입된 인공수정을 하는 이유는 결국 보다 좋은 종축을 개량해 우량 한우를 다수 생산해 낸다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더 좋은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게 하면서도 국내 한우의 우수한 형질을 보존·발전하기 위해서다.
한우의 기본 형질을 유지하면서도 우량한 번식을 위해 공 대표는 육우의 자궁을 빌려 육우에 착상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되면 한우의 기본 형질은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체격조건은 기존 한우를 뛰어넘는 우량 개체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몸을 빌린 엄마 육우는 나중에 낙농가로 보낼 수 있어 농가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공 대표는 기존 송아지들의 분유 급식도 원유 급식으로 바꾸면서 송아지 유전병을 조기에 차단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낙농가에서 상식처럼 받아들여진 어린 송아지의 초유 급유도 파격적으로 늘리면서 보다 건강한 개량 한우를 양산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보다 좋은 환경에서의 연구가 뒷받침되야 하는 상황으로 공 대표는 올 한해 전북의 지자체들과 협업해 400두 이상의 우수한 한우 수정란 보급을 목표로 채란실과 트레일러 등 실험실 기기 확충 및 환경 개선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결(유리화 동결)에 대한 연구도 아내와 함께 진행중에 있고, 착상률을 65%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험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욱 열심히 공부해 FTA와 수입육의 공습으로 인해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한우농가의 위기 극복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당차고 싹싹한 공준호 대표의 노력으로 태어난 송아지들의 눈망울은 여느 송아지 보다 크고 맑기만 하다. 그의 노력이 전북 한우의 힘이 되는 일이 머지 않아 보인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홍민희 기자 minihong2503@naver.com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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