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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흑삼 삶의 의지가 빛처럼 쏟아져 내렸다”

기사승인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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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하는 전북농가 가공업-‘해오담흑삼’ 전순이 대표>

   
 

아파 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을 진정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아파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고, 그 고통을 함께하고자 하는 손길을 기꺼이 내밀기 때문이다.
한약재를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아홉번이나 거듭해야 얻을 수 있다는 귀한 구증구포 흑삼을 만드는 마음 역시, 단순히 돈과 치환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익산 언저리에서 우직한 고집과 정성으로 귀한 흑삼을 만드는 전순이(58) 해오담흑삼 대표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마당의 물레방아에서 떨어지는 물 마저 꽁꽁 얼려버린 강한 추위를 뚫고 찾은 익산의 백제동성농장.
안내를 받고 찾아간 사무실 문을 열자 훈기가 온 몸을 감쌌다. 훈기 만큼이나 따뜻한 미소로 첫 인사를 건네는 전순이 대표의 모습엔 세월의 헛헛함을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어갈 수록 전 대표의 인생과, 흑삼과의 인연에 깊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밝은 미소속에 감춰진 아픔을 들춰내는 일은 기자에게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 대표는 건강하지 못했다. 건강을 쥐려 할 수록 손 안의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삶보다 죽음이 더 친숙했단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무엇이든 시도해보려 했다.
40대에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는 전 대표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자신의 삶이 가엽고 후회될 것만 같았단다.
그러다 홍삼을 알게 됐다. 홍삼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건강식품이었고, 꾸준히 섭취해주면 좋은 효과를 보리라는 건 자명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쓴 맛은 아픈 전 대표에겐 넘어서기 힘든 진입장벽이었다. 쓰디쓴 홍삼도 몇번을 찌고 다시 말리기를 반복하면 쓴 맛이 덜해진다는 말을 듣고 구증구포(약재를 만들 때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씩 하는 일)로 흑삼을 만들어 먹었다.
일단 쓰지 않으니 먹게 됐고, 먹다 보니 몸이 개운해졌다. 죽음의 장막은 걷히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빛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뒤로 제대로 흑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평생의 파트너인 남편은 처음엔 몹시 반대했었다고. 한국에서, 특히 전라북도에서 소상공인이 얼마나 버티기 힘든지 아냐며 타박하기 일쑤였단다.
"원래 짓던 인삼농사나 착실히 꾸리며 살자는 신랑의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서운할 때도 있었죠. 소소한 행복을 누리자는 말을 나 역시 공감했지만, 나처럼 아픈 사람들이 생각나서 멈출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먹어보고 괜찮았고, 건강도 되찾았기에 전 대표는 주변에도 흑삼을 권했다. 반신반의하던 지인들도 먹어보고는 거부감 없는 맛과, 효능에 너도나도 주문하기 시작했다.
"흑삼의 가장 큰 장점은 흡수력이 매우 좋다는 거에요. 홍삼이 전체의 10%만 흡수된다면, 흑삼은 90%까지 흡수되다보니 각 세포까지 영양분이 전달되는 거죠. 특히, '사포닌'이라는 성분은 세포의 산화를 막아주고, 유해산소를 제거해주는데 흑삼에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졌죠."
흑삼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찌는 것이라는 전 대표는 찌는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기술을 터득하며 흑삼의 효능을 극대화 시키는데 주력했다. 그 즈음 농업기술센터에서 소규모 가공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보조금 4천만 원을 지원받아 추출기와 포장기 등 자재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가공에 돌입했다.
"인삼을 흑삼으로 만들면 부피는 10분의 1로 줄어들지만 탄력은 증가해 쫀쫀한 식감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때 이미 피부재생물질이 풍부하게 늘어 가공을 하더라도 영양분의 손실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죠."
만들어진 제품을 알리기 위해 남편과 함께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라는 행사는 다 쫓아다녀보기도 했다. 미국의 워싱턴, 뉴욕, LA, 그리고 중국까지 홍보를 위해 불철주야 공부하고, 노력했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을 가지고 나니 이제는 해외 주문도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정직하게 과정을 지키고 과정이 고객들의 건강회복으로 보답되니 전 대표의 건강도 기적처럼 회복됐다.
"어떤 약도 몸에 받지 않아 시름시름 앓던 고객께서 우리 흑삼을 드시고는 자기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직접 홍보해주실 땐 땀흘려 노력한 보람이 생기더라구요. 품질관리를 허투루 해선 안되겠다는 각오도 생겼습니다."
이미 면세점을 시작으로 대형 마트, 로컬푸드매장, 휴게소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해 익산에 위치한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성해 흑삼을 활용한 다양한 분야에 기술 접목을 해보는 것이 다음 목표라는 전 대표는 오늘도 뜨거운 불 앞에서 흑삼을 찌며 미래의 꿈도 함께 찌워가고 있다.
"흑삼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직은 높은 가격대에 많이들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늘 아쉬운 상황입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성한다면 온 세대가 부담없이 섭취할 수 있는 대중적인 흑삼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좋은 것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는 게 제가 덤으로 얻은 인생을 가치있게 쓰는 길 아니겠습니까?"
귀한 흑삼 뿌리 하나를 뚝 떼어 어서 꼭꼭 씹어 먹어보라며 해사하게 웃는 전 대표의 따뜻한 미소에 바깥 추위는 이미 다른 나라의 풍경처럼 멀어지는 듯 하다. (구매문의: 네이버스토어팜 해오담흑삼) /홍민희기자·minihong2503@


홍민희 기자 minihong2503@naver.com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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