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자동차융합기술원장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IT 기업과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업체가 고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자신만의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계좌 개설 고객 수 1천만을 달성한 인터넷 뱅킹 플랫폼 기반의 핀테크 기업이 2030세대의 45%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사례가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차량·숙박 공유, 핀테크,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분야 등에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플랫폼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고객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기업은 고객을 쉽고 빠르게 만나면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 이른바 ‘플랫폼 빅뱅’이 이루어지고 있다.
플랫폼이란 다양한 용도에 공통으로 활용할 목적의 유무형의 구조물이란 뜻으로 쓰였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의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은 이용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 찻집, 옷가게 등과 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성되기 시작하면서 플랫폼이란 용어의 확장이 이루어졌고, 최근에는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비즈니스 구조 재편에 따라 공급자와 수요자 등이 참여해 각자가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된 환경 또는 생태계라는 뜻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이슈는 ▲친환경 ▲비용 저감 ▲다양한 고객 요구(Needs) 대응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의 하나로 ‘모듈러 플랫폼’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하나의 골격으로 복수의 차량을 만든다는 개념인 플랫폼에서 좀 더 진화한 개념으로 자동차를 핵심모듈들의 조합을 통해 제조하겠다는 전략이다. 모듈화를 넘어 ‘레고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으로 부품 공용화 제고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상품성을 개선하는 한편,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제조 방식의 일대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 자동차는 모듈러 플랫폼 전략을 가장 활발히 추진하는 기업의 하나로, 2020년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MEB(Modular Electric Toolkit,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를 활용해서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향후 2028년까지 70종의 모델 개발과 2,200만대를 생산,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폭스바겐 그룹뿐 아니라 타 기업에도 플랫폼을 판매하여 하나의 플랫폼을 다양한 제조사가 활용토록 할 방침을 세웠다. 포드사도 30개였던 플랫폼을 9개로 감축하였고, 향후 5개의 모듈러 플랫폼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자동차도 2008년부터 진행된 플랫폼화 전략을 발전시켜 2019년부터는 3세대 통합플랫폼을 적용하여 미래 기술을 포함한 경쟁력 있는 모빌리티의 근간을 주도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에 체결된 ‘전북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을 통해 ‘새만금 전기차 클러스터’ 구축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전기차 플랫폼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다행히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조만간 전기택시 플랫폼과 가변 플랫폼 기반의 중소형 전기 트럭 및 버스 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이들 사업은 제원(諸元) 변경이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가변(可變)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등 특정한 용도의 차량 제작도 가능해져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뿐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도 강화되어 비즈니스의 폭이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군산형 일자리’에 참여한 기업 간의 플랫폼 공유(公有)도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전북에서 준비해 온 ‘새만금 전기차 클러스터’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모듈러 플랫폼 이슈와 함께 지역 사회 모두가 담대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대응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군산형 일자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확신하면서 기술원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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