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나선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다행히 전북 산업생산에는 큰 차질을 빚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산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북도는 지역 기업들이 소재, 부품, 장비 조달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가요, 안사요' 등 일본에 대한 보이콧이 장기화되면서 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간교류 사업에는 부담감이 쌓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초반 우려와 달리 전북 산업생산 쪽에서는 별다른 피해 없이 소재와 부품, 육성을 통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15년~30년 가까이 지자체간 우호관계를 맺어왔던 민간교류사업들이 연달아 연기되거나 보류되면서 그간 쌓아온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다.
도는 올 하반기 추진하려고 했던 일본 가고시마현과 이사카와현의 14개 교류사업 중 가고시마현 아시아 청소년 예술제, 이시카와현 청소년 홈스테이 교류 등 2개 사업을 보류했다.
또 문화예술교류단 파견, 가고시마현과의 교류 30주년 기념행사, 한중일 지방정부회의 등 4건에 대해서도 보류를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도와 일본과의 교류가 지속되면서 건축사협회, 변호사협회, 사진작가협회 등 분야별 민간단체들 간의 교류도 생겼지만 반일 여론으로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문제는 이처럼 교류사업이 빈번하게 보류, 연기되면서 그간 쌓아올린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향후 신뢰회복을 위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일본이 현재 상황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도가 교류사업에 대해 연기 입장을 되풀이 하면서 지역간의 대등한 관계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가고시마현 공항에서는 전북지역 인재를 추천받아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올해도 4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1명을 채용했다.
오래전부터 맺어온 인연으로 공항에 결원이 생길 때마다 지역 인재를 추천해 채용하고 있지만 일본에 대한 보이콧 상황이 이어지게 되면 향후 채용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여진다.
지역의 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의 적반하장식 경제침략에 대한 대응과는 별개로 민간교류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 문화적인 관계는 결국엔 제로섬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만큼 이분법적 접근으로 해결 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30년 가까이 쌓아올린 지역간의 관계가 정치적 논리로 어그러지게 된다면 이를 회복시키는 데 더욱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수고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성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학과 교수 역시 "전북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민간교류 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일관계가 지속적으로 나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만큼 감정에 휘둘리기 보다는 문화, 관광, 국제교류 등 민간사업은 활발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도는 일본 교류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담당자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관계 유지의 뜻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진행하려고 했던 민간교류사업들은 모두 내년 초로 잠정 연기했으며 향후에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사업 추진의 유무를 검토할 방침이라서 교류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제교류가 경제적 이익이 아닌 신뢰를 쌓기 위해 추진되는 만큼 인연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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