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 완주군 부군수
 
중성자탄이란 별명을 가진 변화의 혁신의 대명사 잭 웰치 GE 전 회장도 후회하는 점은 있었다. 그는 GE를 떠나면서 “지금까지 가장 후회하는 일은 여러 번 충분히 신속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변혁의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보다 더 빨리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속도를 강조한 말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를 좌우하는 게 있다. 바로 신뢰이다. 거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작은 사업이라도 팀원 간 믿음과 확신이 없으면 신속한 추진은 어렵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뢰는 속도를 높이고 비용은 줄여준다고 말했다.
 행정도 마찬가지이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없으면 제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신뢰는 대나무의 마디와 같은 것이다. 마디가 있어야 대나무가 성장하듯, 행정도 기업도 상호신뢰 속에서 강하게 곧게 성장할 수 있다. 직장 안에서 믿음이 깨지면 간부들은 불안하고, 현장에서 뛰는 일반 직원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완주군이 최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부의 ‘도시대상’ 평가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것도 신뢰행정의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특별상을 포함한 수상 지자체는 전국 19개로, 시 단위 수상지역이 무려 10개를 차지했다. 나머지 8개 지자체도 서울과 부산, 대전 등 광역시 구청에 해당했다. 국내 기라성 같은 대도시들의 잔치에서 완주군은 군(郡) 지역에서 유일하게, 그것도 전국 2위에 해당하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조직 내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성과이다.
 사실, ‘도시(都市)대상’은 명칭부터 그렇듯 군(郡) 지역보다 시(市) 지역이 유리할 수 있다. 우선 평가지표를 보면 도시 경제와 도시 환경, 도시 사회, 지원 체계 등 4가지 큰 분류에 인구와 경제, 정주 여건, 환경, 교통, 방재안전, 사회복지, 문화, 토지이용, 조직역량, 주민참여 등 무려 10여개 항목을 포괄하고 있다. 도시 경제와 도시 환경만 놓고 봐도 군 지역보다 시 지역이 평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완주군은 주저하지 않았다. 각 부서 직원들이 “한번 도전해 보자”고 의지를 다졌고, 간부들도 오랜 공직의 노하우를 동원해 길을 제시하며 직원들에게 무한신뢰를 보여줬다. 수십 만 인구를 자랑하는 타 지역 선진도시와 싸운다고 생각할 때, 자칫 인구 10만의 완주군은 주눅이 들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면 도저히 완주군이 앞서갈 수 없는 싸움이었다.
 각 부서 직원들은 완주군만의 색깔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도농 복합도시’라는 지역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적재적소에 시행한 사례를 제시했고, 이런 점이 올해 평가에서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분석이다. 완주군은 그동안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육성, 농산물 가공 산업과 로컬푸드 활성화, 공장 집단화와 기업 유치, 교통약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 등에 행정의 역량을 집중해왔고, 이들 사업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공직자들의 의지와 신뢰가 만들어낸 합작품이 바로 ‘도시대상’ 국무총리상 수상인 셈이다. 신뢰의 성과는 또다른 성과를 낳고 있다. 직원들은 벌써부터 “다음에는 대통령상에 도전하자”고 의기투합하고 있다. 자신감과 자부심도 커졌다. 신뢰는 이렇게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갈수록 커지는 마법을 부린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