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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하기

기사승인 2019.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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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식 국민연금공단


 수필수업에 특이한 숙제가 있다. 누구를 칭찬하는 것이다. 수업은 한사람씩 돌아가며 칭찬 릴레이로 시작한다. 보통 강의식 교육은 학생들은 수업 내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칭찬하기 숙제는 회원 간의 소통의 방법으로 꽤 괜찮았다. 그 사람의 생각을 공유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수업 분위기를 밝게 했다
 첫 수업 날 내가 첫 발표자였는데 머뭇거렸다. 신규 회원이라 숙제를 몰랐던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칭찬에 인색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평소 많은 사람들과 생활하는데, 칭찬을 하려니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밑천 없이 상대를 즐겁게 하는 칭찬 한마디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왜 그리 인색하였을까.
 성공한 사람들 얘기 중에는 칭찬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성공 뒤에는 반드시 실패의 경험이 있다.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데 칭찬이 큰 디딤돌이 된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인생을 바꾼 이야기가 그렇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 쥐가 숨어들었는데 선생님이 그에게 쥐를 잡아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해하고 있는 그에게 청력을 이용해 쥐를 위치를 확인해 달하고 하였다. 그의 청력 덕분에 쥐를 잡았는데, 청력에 대해 선생님은 친구들 앞에서 큰 칭찬을 해 주었다. 그 칭찬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자신감을 가진 그는 자신의 청각 능력을 이용해 노래를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는 11살 나이에 앨범을 발표하였고 그 후 유명한 작곡가 겸 가수가 되었다. 그가 바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스티브 원더’이다.
 나도 칭찬을 받은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국어 시간에 시를 쓰는 수업이 있었는데, 의무적으로 시를 만들어 한편씩 제출해야 했다. 계절이 가을이라 운동장에서 바람에 낙엽이 날려가는 것을 보고 ‘낙엽’이란 제목의 시를 적었다. “엄마 손길 보고 싶고 아빠 눈길 그리워서 편지 붙이러 가네” 라는 표현으로 시를 제출했다. 그 다음날 선생님은 나를 크게 칭찬을 해 주셨다. 문학에 소질이 있다면서 나중에 작가가 되라는 덕담까지 해 주셨다. 그때부터 나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 칭찬 덕분에 늦게나마 수필 문학을 배워 삼류 수필가가 되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계기가 되어 파장이 일어난다. 그 파장은 호수 전체에 울림이 된다. 칭찬은 호수에 던져진 돌과 같다. 한마디의 칭찬이 그 사람의 인생에 큰 울림이 될 수 있다. 칭찬이 큰 계기가 되어 ‘스티브 원더’처럼 삶이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칭찬 한마디가 오래도록 문학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 수필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얼떨결에 사무실 이야기를 했다. 요즘 사무실은 경영평가 준비로 정신이 없다. 공공기관은 매년 기획재정부에서 경영실적을 평가하는데 그 업무량이 만만찮다. 1년 동안 추진한 내용을 평가보고서로 작성해야 하고 평가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 추가자료 제출 기한이 정해져 있다. 밤을 세워야 할 정도로 업무가 많다. 또한 기획재정부에서 지정하는 날에 평가위원 앞에서 질의 답변을 하는 실사까지 받는다. 평가의 최종 결과는 전체 직원 성과급이 결정되므로 담당자의 스트레스는 여간이 아니다. 그래서 매년 평가시기에는 퇴근 시간도 없이 밤늦도록 준비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스트레스로 인사철만 되면 평가 업무 담당자들은 대부분 전출을 희망한다. 평가준비를 시작한지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힘든 업무임에도 부서 직원들은 힘들다 어렵다는 말보다는 서로 도와가며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직원들에게 고맙다거나 수고한다는 이야기가 부족한 것 같아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을 칭찬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칭찬이란 제목을 적어 놓고 고마운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식사를 준비해 주는 구내식당 아주머니가 고맙고, 탁구장에서 나를 상대해 주는 직원들이 고맙다. 나를 대신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내가 고맙고 형에게 오빠에게 늘 후원하고 있는 동생들이 고맙다. 돌이켜보니 내가 고마워하고 칭찬해야 할 사람이 참 많다. 수필수업의 특이한 숙제가 칭찬의 힘이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오피니언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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