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영 원광대 창업지원단 교수 
 
 
가끔 들르는 곳이 있다. 그곳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 위주로 소비자는 원재료에서 가공까지 품질 좋고 안전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제조업자는 판매망 확보가 쉽지 않은 사회적 기업에 홍보와 면세 및 판매의 기회를 주는 선순환 구조였다. 각 제품에는 사회적 기업 인증 마크가 있었고, 아마도 장애우들을 고용하여 함께 만든 용품이거나 제 3세계 노동자들에게 공정 임금을 지불하고 재배한 재료로 만들거나 지역 농가와 협업한 직거래 먹거리일 것이다. 그날도 필요한 물건이 있어 설명을 보고 있는 중 전화가 걸려온다. 우연히 들려온 수화기 너머 내용은 아이가 봉사를 하고 싶고 언제 밖에 시간이 되지 않는데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였다. 결국 이쪽의 답변은 원하는 시간대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봉사는 ‘사전적 의미로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쓰다’로 표기된다. 갑자기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그 학생은 본인 스스로 그곳의 설립 취지와 성격을 알고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있어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부모님께 이야기한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명백히 해야 할 점은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지닌 무게가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경쟁력이라 믿고 점수라 쓰는 스펙이라는 용어가 대학입시를 넘어 고등학교와 중학교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해외봉사 활동과 노력에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이다. 다만 봉사활동의 양과 횟수가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과 문제제기가 기반이 되어야 향후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과 동아리 활동 그리고 연구들이 해결책의 발판이 되고 이러한 발판들이 여러 영역에서 모여야만 사회적 경제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봉사활동과 관련된 다른 풍경들이 있다. 동아리로 모인 대학생들은 경제적 취약계층에 속한 청소년들이 학원 갈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대학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자원봉사 형식으로 과목과 시간을 나누어 가르치기 시작한다. 일원 중 손재주가 좋고 옷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는 크라우드 펀딩에서 자체 제작한 후드티를 한 개 구입하면 청소년에게 5분의 교육 시간으로 전환되는 소셜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은 구매로 이어지고, 다양한 과목을 많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인력은 대학 내 후배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한 20대 청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할머니들 집을 방문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고령층 어르신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자신도 의미를 찾는 모델을 만들게 된다. 우리 세대보다 이불호청에서 양말까지 손바느질을 일상으로 삼으셨던 할머니 세대는 손작업이 빠르면서 꼼꼼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 매듭 기술을 전수받은 할머니들은 서로 모여 재료를 제공받아 핸드메이드 팔찌를 만들고, 정성스러운 손 글씨로 손주들을 생각하듯 적은 메시지 카드가 동봉된다. 비슷한 듯 다른 카드와 팔찌들은 바람을 타고 퍼져 유명 연예인들이 스스로 홍보하기에 이른다.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과 모여 동아리 활동으로 나아가고 수익모델로 발전하여 사회적 기업으로 탄생하거나 어르신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봉사활동으로 나아가고 위함이 아닌 같이의 형태로 협업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다시 일부는 환원시키는 구조를 보여준다. 교육을 공공재로 이해하거나 팔찌라는 물건을 둘러싼 세대융합과 공동체 지향이라는 이론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관심과 접근 그리고 시도와 결과물에는 일관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고도의 산업화 시대와 자본주의의 풍요를 짧은 시간에 달성했다. 그 폭발적 성장의 속도만큼 성장과 풍요에서 소외된 취약계층 그리고 각 세대 간 차이와 갈등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경쟁우위를 토대로 이룩해온 것들을 다시 몇 년 만에 모두에게 좋은 경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소수와 사회적 기업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표방하는 그 사회적이라는 개념만을 재 정의하는 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상의 교육에서부터 단추를 하나씩 끼우듯 시간과 공을 들여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가게나 지점은 판매 뿐 아니라 연계된 사회적 기업의 유형이나 특성을 설명하는 책자들이 배포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 둘씩 읽고 이해하고 부모와 동행한 아이가 궁금증과 관심을 가진다면, 그 아이가 커서 본인이 직접 자원봉사를 문의한다면, 또 대학생이 되어 관련된 창직과 창업을 시도한다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사회적 의식 저변부터 바뀌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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