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이하 ASF)의 확진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도내 유통업계도 돼지고기값의 폭등을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ASF가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첫 확진을 받은 데 이어 18일 연천까지 추가 확진됨에 따라 정부는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발생농장의 돼지들을 살처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북의 방역 당국과 축산 농가도 ASF 차단 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

도는 열병 확산 소식에 기존 6개소에 설치된 거점소독시설을 14개 전 시군으로 확대하고 9개 도축장에 대한 생체, 해체검사 강화, 도축장 내외부 소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이동제한 해제 시까지 돼지농가에 남은 음식물 급여를 금지하는 등 사전 차단방역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도내 유통업계는 ASF 사태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며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18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의 경매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는 kg당 5,975원으로 전일대비 1,417원 오른 상황.

일단 대형마트들은 당장에 가격이 폭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협하나로마트 전주점 관계자는 "ASF 확진 발표된 날 입찰가격은 오르긴 했지만 판매가격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돼지 모돈도 증가했고 사육 두수도 늘었기 때문에 보유물량이 적진 않아 가격 폭등이 당장 닥치진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전주점 관계자 또한 "행사 상품이 끝나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비축하고 있는 돼지고기의 양이 있는 편이라 당분간 평년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소규모 납품업체들은 당장 도매가격부터 하룻새 30% 이상 급등하는 것을 지켜보며 지난 2010년 구제역 당시 겪었던 돼지고기 가격 파동이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돼지고기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뉴스를 보면 당장 별일 없을 것 처럼 말하지만 이미 ASF 확진 발표 후엔 돼지 도축 자체도 끊긴 상황"이라며 "특히 돼지가 상품으로 출하되기까지 최소 4~6개월이 소요되는데 지금은 당장 괜찮을지 몰라도 4~6개월 안에 방역체계가 무너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15톤 가량을 비축해 두고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보름 안으로 다 소진될 양이다"며 "진짜 심각한 건 국내 돼지 가격이 뛰면 수입돼지 가격도 함께 요동치기 때문에 우리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이번 ASF 발생이 큰 위기다"고 호소했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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