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구제역 등으로 인한 가축질병 피해액이 수천억 원이다. 뿐만 아니라 전염병 방역 등에 들어가는 행정력 낭비 등으로 국내 축산 산업이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발생하면서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기에 인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 번 걸리면 이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고병원성일 때 돼지의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발생할 경우 양돈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
그동안 아시아지역에서는 ASF 발생이 없었는데, 2018년 8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최초로 ASF가 발생했고, 이후 중국 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1억 마리 이상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ASF를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했었고, 해외 여행객들에게 햄, 소시지 등 돼지고기가 들어간 식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관리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중국발 선박·항공기 노선에 검역탐지견을 투입하고, 휴대수화물에 대한 X-ray 검사 및 출입국장에서 홍보를 통해 불법 휴대축산물 반입을 차단해 왔다.
올해 5월 30일 북한에서 ASF가 발생하면서 비무장지대(DMZ)를 넘어오는 멧돼지 등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우려에 그쳤다. 그런데 9월 17일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ASF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발생국이 됐다.
가축전염병은 아무리 막아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또 다시 축산업 및 행정이 피해를 입게 생겼다.
정말 막을 방법이 없을까? 덴마크는 돼지농장 안으로 출입하는 모든 것을 철저히 소독함으로써 전염병 발생을 원천 차단했고, 우리 보다 3배에 달하는 돼지를 키우면서도 1980년대 이후 단 한 차례도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왜 원천차단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상시 가축전염병 발생국의 오명을 안고 있다. ASF가 지나가면 또 어떤 병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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