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화재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인숙에 소방시설이 보급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취약시설에 소방시설 확충보다는 소외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주거복지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전주완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소방은 지난 2010년부터 화재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일 화재가 발생한 전주 A여인숙은 건축물관리대장 용도 란에 주택으로 신고가 돼있어, 해당 사업 대상에 포함돼 지난해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보급됐다.

화재감지기는 연기감지기와 열감지기 2종류로 연기와 열을 감지할 경우 85데시벨(db)의 경보음을 울린다.

그러나 이 같은 시설은 화마로부터 이들의 생명을 지켜줄 수 없었다.

지난 1972년 지어진 A여인숙은 연면적 72.94㎡로 매우 낡고 건물 본체와 떨어진 11개의 객실로 구성돼 있어, 화재감지기가 객실마다 설치돼 있지 않으면 실제 경보음을 듣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전문가들은 A여인숙과 같은 화재취약거주지에 대한 소방법 확충 등의 대책보다는 소외계층의 주거복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호원대학교 소방안전학과 차종호 교수는 “빈곤층의 주거지로 변모한 여인숙 등에 화재 감지기가 설치돼 있더라도, 객실마다 설치돼 있지 않으면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여인숙의 정확한 구조는 모르지만, 대게의 여인숙 객실들은 가건물이나 나무합판 등으로 벽을 나눠진 구조로 돼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번져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약 거주시설에 대한 소방시설 확충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 확충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전북희망나눔재단은 논평을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주거 가난으로 인해 취약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현실적인 주거복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전주시가 폐지 수거노인 실태조사 한 결과 255명으로 파악됐고,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58명, 차상위계층이 4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거복지가 필요한 대상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지만, 여인숙과 같은 취약지역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거리에 내몰린 이들은 가족이나 이웃과의 관계 단절로 인해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자신들 스스로도 어떠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인숙 화재 사건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사회복지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취약지역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가난과 빈곤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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