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면서 극적인 변화가 저절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때가 있다.
지금의 내 삶이 너무 힘들어서, 지치고 도망치고만 싶어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지 않을까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 모든 것이 내 노력 없이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 과감히 인생 후반부 레이스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망상을 현실로 바꿔냈기 때문이다.
전북 무주군 두메산골에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한 김영천 무주웰 대표의 이야기엔 바로 이런 희망이 스며 있다. /편집자주

도회적인 외모와 깔끔한 옷차림이 돋보이는 김영천 대표는 전북 무주가 고향이긴 했지만 일찍부터 고향을 떠나 대기업에 취직, 전문직 종사자로 젊은 시절을 불태웠다.
품질이사을 맡아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시스템 구축을 주로 담당했다. 주거래처가 삼성과 LG를 비롯해 140여 곳이 넘으니 업무의 과중은 말할 것도 없었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살기 위해 등산을 시작했다. 별다른 뜻은 없었단다. 그냥 산이 좋았고 산을 오르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산을 자주 오르다 보니 그곳에서 알게 된 약초 전문가들을 만나 약초에 대해 알게 됐다. 듣는 재미를 넘어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마침 경매를 통해 무주에 땅을 살 기회를 얻었다. 그 길로 지리산 약초학교에 등록,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매커니즘 안에서만 살던 김 대표에게 약초의 세계는 신비롭고 흥미로웠다. 전문적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주농업대학에 들어갔다.
혼자 하려니 힘에 부쳤다. 같은 생각을 가진 회사 생산부장과 의기투합해 공동투자로 회사를 차렸다. 2013년, 무주웰의 시작이었다.
처음부터 가공을 염두한 것은 아니었다. 첫 시작은 나무를 사서 표고버섯을 키우는 일이었다. 수익은 좋지 않았다. 생물 특성상 보관 등의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게 현실이었다.
무주는 아로니아가 풍부하게 생산되던 곳이어서 아로니아를 다루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로니아를 분말가공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아로니아는 분명 건강에 좋은 과실이지만 생물 상태로는 보관이 매우 까다로운 단점이 있었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물러버러 상품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가공을 한다면 장기 보관이 가능하면서도 수확량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품질관리 전문가였던 만큼 김 대표는 제품의 포장부터 신경썼다.
"남들은 아로니아를 큰 통이나 지퍼백에 대량포장해 판매했지만 우리는 1회로 섭취할 수 있을 만큼의 소포장화를 꾀했습니다."
분말가루는 충분히 매력적인 가공식품이었지만 가루형태라 섭취가 부담스럽다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섭취에 용이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방법을 찾다보니 농축액으로까지 생각이 확장됐다.
무주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다양한 작물을 지천에서 구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였다. 김 대표는 무주에 태권도원이 있는 것에서 착안, 전북대 한약자원과와 약손요리 전문가인 오금선 선생과 협업해 선수들의 관절에 도움이 될 만한 고급 흑삼액을 만들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구증구포(한약재를 쪄서 햇볕에 말리기를 9번 거듭하는 것)로 만들어서 매우 깊은 맛을 내면서도 역하지 않아 어린 선수들도 기꺼이 섭취할 수 있었다.
흑삼액을 필두로 야관문, 와송, 천마, 우송, 헛개, 곰도라지 등 7가지의 원물로 농축액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농축액은 건강기능식품의 성격이 강해 소비자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제품에 선뜻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것. 공들여 만든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쌓는게 급선무였다.
"제가 가져올 이익을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을 비롯한 대전, 대구 등지에 위치한 건강식품 마켓에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습니다. 오프라인의 경우 수수료도 판매점 비율을 높여 소비자들과의 접촉을 늘리는데 주력했습니다."
한 포씩 뜯어먹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구조지만 이러한 포장설비를 갖추려면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와 함께 동업한 김철완 부장은 베테랑의 면모를 가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설비기계나 장비 등이 대부분 대만제 등 외국계 장비가 많은데 그런 장비를 많이 다뤄본 이들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보다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훨씬 적은 시간이 든 것이다.
또한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포장지 제작 지원을 받아 제품의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농축액 사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이미 입소문이 나서 여기저기 찾는 사람들도 많단다. 특히 전주 교차로 여성축구단의 한 회원은 자신이 먹어보니 너무 좋아 아들이 운동하는 서울 삼성 축구단까지 연결해주는 등 소비자들이 판로를 확대하는 견인차 역할까지 도맡았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단순히 먹는 제품을 파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만은 않다는 김 대표는 무주웰을 사회적 기업으로도 키우고 싶다는 선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현대인들은 너무 많이 아픕니다. 여전히 치료법이 없다는 치매환자도 날로 늘어가는 추세구요. 무주에서 나는 천마는 치매예방 효과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미 우리는 농업선진화기술센터에서 기술이전도 받아 생산하고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업은 결국 영리추구가 제1의 목적이 될 수 밖에 없겠지만, 건강한 방법으로 착한 수입을 내야 한다는 게 자신의 책무라는 김 대표의 다음 행보가 어떤 진한 맛을 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홍민희기자·minihong2503@ (제품문의: 무주웰 홈페이지http://www.cycm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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