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받기 위한 운영성과보고서를 전북교육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상산고는 불만스럽지만 교육기관으로서 행정적인 절차 준수와 평가거부에 따른 법적 분쟁 소지 사전 차단을 위해 제출하기로 한다는 입장을 20일 밝혔다. 이로써 상산고 재지정 평가 갈등은 2라운드로 접어든 것 같다.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 지속돼 왔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자사고 폐지를 약속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사고 존속을 내세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경쟁을 벌였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폐지를 주장한 현 김승환 교육감과 이에 반대하는 후보들간 정책 대결이 펼쳐졌다. 결과는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대체로 자사고 폐지는 진보 교육감들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제도 폐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재지정 평가’를 놓고 전국적으로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재지정평가 통과 기준점을 60점에서 70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에서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은 24곳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은 지난달 평가기준 재검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평가 거부까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앞서 전국자사고교장연합회는 교육당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타 시·도 자사고와의 형평성 문제, 법적 근거의 취약성, 자사고 운영의 자율권 침해 등이 주된 이유다. 상산고는 행정 절차는 따르겠지만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전북교육청은 예정대로 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자사고 문제는 학교와 교육청의 대립이라는 시각으로만 봐서는 풀리지 않는 문제다. 핵심은 수월성 교육과 평등 교육의 긴장과 대립이다. 수월성 교육을 찬성하는 측은 자사고 측을, 평등 교육을 찬성하는 측은 평등 교육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한 도민들의 생각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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