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우 직관과 분석 대표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가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지난 12월 6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선행학습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2014년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올 3월부터 금지된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이 내년부터 다시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찬성과 반대의견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얼마나 주목받는 문제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언제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공교육이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외국어 학습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를 제도와 사회 시스템이라는 복잡한 틀 속에 집어넣어 언어학습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아이들의 영어 학습방법이 크게 갈라지는 지점에 주목해보고 싶다. 
영어공부가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는 우리 국어와 영어가 갖는 공통분모가 적은 것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 또한 큰 몫을 한다. 이런 차이 속에서 영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이유로 조기에, 즉 어휘가 주는 개념이 고착되지 않고 타문화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접근이 가능한 시기에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두뇌에서 언어 습득 장치가 활발히 작동하는 시기에 학습을 하는 것이 효과가 큰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이 시기의 학습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어 학습의 본질적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지 정책이나 사회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영어를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언어를 언어로써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 복잡한 문법 구조나 어휘의 적절한 연결성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가 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시 시행되는 방과 후 영어수업이 놀이 중심의 수업이 될 것이라는 발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방식으로 외국어를 접근하는 것이 몰입식 영어환경, 즉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언어를 회화 중심, 표현 중심으로 배우게 되는 중요한 틀을 제공해 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학습을 통해 영어구사능력이 유창해 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 수 있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줄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에 들어가면 상황이 완전히 변하고 학습방법 또한 크게 달라진다. 무엇이 달라질고 무엇 때문에 달라지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가.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영어수업이 초등이전의 교육과 크게 달라지는 그 근원적 원인을 사회 시스템에서 찾자면, 그것은 결국 입시로 귀착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영어실력을 점수화 하고 표준화 하는데 회화중심의 생활영어가 적절치 못하다는 데 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귀결되는 입시 체제 안에서는 더욱 더 그러하다. 언어의 기능을 의사전달 기능에서 정보전달과 논리적 사고의 도구적 기능으로 전환하고 그것을 객관화 하여 점수화 시키는 것이다. 복잡한 문장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게 되고, 글의 논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초등 방과 후 영어수업에 여러 가지 논의는 결국 입시체제 아래에서 이를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간단한 회화를 가능하게 하고 싶다는 목표, 수능 1등급, 또는 특정 시험에서의 고득점을 얻고 싶다는 목표는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 얻을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원어민이라고 해서 회화 이외의 모든 영어 관련 과업에서 우수한 능력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디 그 과정마다 추구하는 영어학습의 목표를 정확히 이해하여 불필요한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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