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캐나다 밴쿠버 코목스 밸리라는 마을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지역 내에 있던 공군기지가 이전하고 목재산업도 침체해 전반적인 경제난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실업자가 급증해 실업률이 무려 18%에 달했다. 실업자와 저소득층의 생계 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마이클 린턴은 이런 난국을 타개하고자 녹색달러라는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이른바 레츠 시스템으로 불리는 지역화폐는 주민 사이에 노동과 물품을 지역화폐로 교환하게 하고 그 거래 내역을 컴퓨터에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 지역화폐는 기대한 대로 성과를 냈다. 파탄 직전까지 갔던 코목스 밸리는 활기를 되찾았다. 코목스 밸리 지역화폐는 성공사례로 널리 알려지게 되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캐나다는 물론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널리 보급됐다.
  지역화폐는 특정 지연 내 주민들이 그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일정 지역 안에서 회원 사이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보통은 컴퓨터 상으로 계정이 관리되지만 드물게는 직접 화폐를 발행하거나 수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시스템의 목적은 지역사회 활성화와 실업자 저소득층 보호, 상호부조 증진, 주민의 사회적 관계에 기반을 둔 경제제도 재구성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단체가 FM이라고 불리는 지역화폐를 처음 만들어 쓴 게 효시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많은 수의 지역화폐 즉 레츠가 생겨났지만 현재는 40여 곳만 남아 있다.
  경기도 안양시가 지역화폐인 ‘안양 사랑 상품권’을 최근 도입했다고 한다. 5000원 권과 1만 원 권 두 가지 종류인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업소를 제외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시는 올해 150억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재 등록 가맹점은 약 3000여 곳. 시는 소상공인 연합회의 협조를 얻어 가맹점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골목상권 살리기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그 목적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지역화폐 운동은 필요한 것을 나눔으로써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민들이 함께 행복을 누리자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다. 우리나라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품앗이나 두레, 계 등과 유사한 성격이 있다. 서로 돕고 보살피고 나누고 협동하는 전통이다. 하지만 의욕적 출발에도 불구하고 실패 사례도 많다. 무엇보다도 참여가 관건이다. 지역경제의 침체를 걱정하는 지자체들이 이 제도를 더 많이 도입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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