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학자 슈마허의 저작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여러 모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그 내용 중에서도 중간기술 개념은 두고두고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중간기술이란 저개발 국가의 토착기술과 선진국의 거대기술의 중간에 위치하는 기술이다. 슈마허는 대량생산기술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중간기술 개발이 제3세계 빈곤 문제와 함께 자기 파괴적인 거대기술의 취약점 등을 해결할 열쇠라고 주장했다.
  그 중간기술 개념은 이후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로 이어진다. 중간기술이 마치 미완성의 기술 혹은 열등 기술로 오해받을 수 있는 만큼 적정기술로 바꾸어 부르자는 취지다. 그래서 이제는 중간기술보다는 적정기술이라는 용어가 일반화 됐다.
  적정기술의 정의는 이렇다.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적정기술은 따라서 거대기술에 비해 값이 싸고 소박한 장점이 있다.
  라이프스트로우는 휴대용 정수 빨대는 적정기술의 좋은 예다. 빨대 하나로 한 사람이 1년 마시기 충분한 물을 정수할 수 있다. 소켓이란 축구공형 발전기로 낮에 축구하며 발전을 해 저녁에 불을 밝힐 수 있다. 또 씨앗폭탄이란 사막화 지역에 씨앗과 함께 양분이 풍부한 흙을 뿌려 작물이 자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그 외에도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 생산, 태양열 조리기, 자전거형 세탁기 등이 모두 적정기술에 속한다.
  완주의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이 이 적정기술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조합 측은 ‘농부에게 필요한 생활기술 학교’를 운영한다. 여기서는 용접을 비롯해 목공, 전기, 매듭 등 시골생활에 꼭 필요한 기술을 가르친다. 지난 2013년 출범한 이 조합은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미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만 해도 7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 조합원도 41명에 이르렀다.
  적정 기술은 일단 개도국의 기술 개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소외계층이 직면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아서 뜻 있는 과학기술자 모임이나 대학, 사회단체 등에서 이를 활발히 연구하고 또 보급하는 중이다. 많은 돈이 들지 않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을 쓰는 사람의 사정에 맞는 기술이 바로 적정기술이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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