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질 수 있을까.

22일부터 27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 ‘즐거운 편지’를 여는 표혜영 작가는 황동규 시인의 작품 <즐거운 편지>를 함께 나이 드는 친구로 여긴다.

때문일까. ‘내가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라는 구절을 비롯한 시 전체를 한 점의 유화로 형상화한 거 같다. 평범한 하루 속 두리번거리며 찾은 외로움과 그리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전혀 사소하지 않게, 잔잔하고 평화로운 색감과 붓질로 구현한다. 시인이 말하는 사소함을 간절한 그리움의 반어적 표현으로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는 자연의 순환 속 시인의 기다림처럼 삶 속 시간은 흘러간다. 작가도 스스로의 생을 작품에 담아 그림이 삶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다양한 멜로디를 자신만의 색채로 만들어 수집하기도 한다. 시인의 사색이 펼쳐지는 노을의 시간을 작품으로 대신하는 것. 작가는 언제나 시인의 삶을 꿈꾸지만 실제 삶은 늘 바쁘고 지친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노을을 가득 머금은 회화를 통해 시인이 된다.

화가의 손끝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듯, 한 편의 시를 읽듯 신비롭게 구현된 한 때는 답을 준다. 소소하고 지루한 일상을 밝게, 성실하게 채워간다면 그림처럼 누구나 꿈꾸는 행복에 가닿을지도 모른다고.

전북대 국어국문학과와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서양화 전공)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7 꿈-우리 인간은 꿈 같은 걸로 만들어져 있거든’ 등 다수의 기획초대전에 참여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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