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론이 과학적으로 입증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창조과학이다. 근본주의 개신교 단체들과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학자들이 이를 주도하는데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기독교 창조론이 과학적으로 근거를 가진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변한다.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이들은 현대 과학의 성과인 지질론과 우주론을 부정하고 성경에 나오는 6일간의 우주창조가 과학적으로 뒷받침 되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창조과학을 들여다보면 좀 황당하다. 우선 젊은 지구라는 주장인데 우주와 지구 나이가 6000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구약성서 추장 설화에 나오는 족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다. 과학적으로 지구 나이가 45억4000만 년이라고 하는 상식에 비추면 터무니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생물의 진화론을 부정하고 신에 의한 천지 창조와 노아 홍수가 정답이라고 우긴다. 대부분 화석은 노아 홍수 때 흙 속에 매몰된 생물의 흔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창조과학은 따돌림을 받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창조과학을 과학이 아닌 의사과학으로 분류한다. 그 이유로 실증적 근거가 없고 검증 가능한 가설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주류 과학계도 반증 불가능한 이론의 집합에 불과하며 과학 이론을 곡해하고 학문 윤리를 위반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작 기독교계에서도 냉랭한 반응이다.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창조과학을 외면한다. 천주교와 성공회 미국 장로교 등은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청문회에 나와 지구의 나이가 6000년이라는 것을 신앙적으로 믿는다고 발언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지구 나이는 신앙적 나이와 과학적 나이가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으로서 창조과학이 아닌 창조론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아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또 창조과학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입증된 부분은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물론 개인의 종교 활동은 시비 대상이 아니다. 엄연히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와 종교를 분리하는 정교분리 원칙 측면에서 보면 박 후보자의 언행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국정을 운영하는 고위 공직자가 상식을 벗어난 종교적 견해에 빠져 있다면 이는 그냥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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